조선일보 칼럼 2017년 4월2일

젊은 층에 ‘집’이 ‘짐’ 되지 않도록… 다양한 가격대 월세 주택 공급을

[바람직한 주택 정책 방향은?]

– 월세 중심으로 변한 임대 시장
2014년 기준, 절반 이상이 월세
30세 미만 주거비 부담 28%로 2006년보다 2.1%p나 증가

– 젊은 층 주거 부담 줄여야
소득 맞춰 선택하게 물량 확보
월세 주거 환경 수준 높이고 전·월세 시장 투명성도 확보해야
젊은 층 주거 선택 쉬워질수록 베이비붐 세대 노후도 안정적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연구위원)
▲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연구위원)

5월 대선을 앞두고 모든 세대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는 이슈가 하나 있습니다. 집, 바로 주택 정책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주택 시장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한 54~62세 연령층)의 은퇴가 시작되고 에코 세대(1979~1992년 사이에 출생한 25~38세)가 새롭게 주택 시장 주요 수요층으로 진입하면서 세대 교체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30대 시절 경험했던 1990년대 주택 시장 환경은 지금과는 많이 다릅니다. 1980년대 말 우리나라는 고도성장(명목 GDP 상승률 20% 내외), 고금리(CD금리 19% 내외), 약 300만명의 수도권 인구 유입, 높은 출산율을 보였습니다. 그 결과 주택 가격 상승률이 10%대 후반에 달하는 주택 가격 급등과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을 경험했습니다.

반면 지금 30대가 경험하고 있는 주택 시장 환경은 정반대입니다. 저성장(명목GDP 상승률 4.9%), 저금리(1.5%대), 낮은 출산율에 주택 가격 상승률은 1~3%에 불과하고, 주택 보급률은 100%를 넘어섰습니다. 이 같은 주택 시장 환경의 변화 속에 바람직한 주택 정책의 방향은 무엇일까요?

고령층도, 청년층도 집값이 인생 최대 고민

우선 과거 주택 시장의 주요 수요층이었던 베이비붐 세대와 새로운 수요층인 에코 세대에게 ‘주택’은 어떤 의미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사례만 봐도 단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50대 회사원 A씨의 말입니다. “저는 정년퇴직을 3년 앞두고 있습니다. 은행예금 몇 푼을 제외하면 재산이라고 할 만한 건 29평짜리 아파트 한 채가 전부입니다. 사실 요즘 집값이 곧 떨어질 거라는 얘기가 제일 무섭습니다. 나중에 노후 생활은 어떻게 유지할까 벌써부터 걱정이 많습니다. 아들 녀석 결혼이라도 시키려면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아니면 더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할 텐데… 언제까지 이 집에 살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30대 취업 준비생 B씨의 목소리는 이렇습니다. “작년 하반기 공채에 줄줄이 낙방하고 지금도 계속 여러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일단 올 상반기에 어디든 취업만 하면 바로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취업만큼 큰 고민이 바로 신혼집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원룸 월세도 버거운데, 서울에서 전·월세 아파트를 구하는 건 일단 포기하고 오피스텔이라도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몇십 년 월급 모으면 언젠가는 내 집 장만할 수 있겠죠?”

달라진 주택시장 환경 그래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가구주의 자산 대부분은 주택 같은 실물자산(82%)입니다. 현금과 예금 등 금융자산(18%)은 미미합니다. 고령층일수록 자산에서 집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생애 주기로 보면 주택 소비는 평균적으로 다음과 같이 이뤄집니다. 20~30대 초반 연령층은 사회 초년생으로 출발해 활발한 소득 활동을 통해 예금과 현금을 축적하고 금융자산 비중을 확대합니다. 40대 연령층은 쌓아놓은 금융자산에 더해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기 시작하고 실물자산 비중을 높입니다. 50대 연령층은 가구원 수와 소득이 최고치에 도달하면서 더 넓은 주택으로 이동합니다. 60대 초반 연령층은 가능한 한 현 주택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들어서면 자녀 결혼 비용 마련을 위해 그리고 노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작은 집으로 이동하거나 집을 처분합니다.

월세 급증은 저출산·고령화, 저성장·저금리의 산물

최근 주택 시장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점은 바로 주택 임대 시장의 구조적 변화입니다. 월세 비중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다른 나라들처럼 월세가 임대 시장의 주요 점유 형태(2014년 기준 임대 가구 중 월세 비중 55%)로 새롭게 자리매김했습니다.

월세 비중 확대는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사회적 요소와 ‘저성장·저금리’라는 거시경제적 요소와 함께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저금리 시대에 월세 거래는 전세 거래에 비해 더욱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임대인 입장에선 1~2%대에 불과한 은행 수신 금리로는 전세 보증금으로 만족할 만한 이자 수익을 올리기가 힘듭니다. 오히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 마치 연금처럼 매달 일정액의 월세 수익을 올리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얘기입니다. 주택 임대 시장에 월세 공급이 대폭 늘어난 이유입니다.

세입자 입장에선 월세 임대료 부담이 전세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특히, 사회 초년생인 30세 미만 대학·청년 연령층의 월세 주거비 부담이 두드러집니다. 2014년 기준으로 대학·청년 연령층의 월세 부담(총소비에서 월세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8.5%인 데 반해 전세 부담(총소비에서 전세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4.9%에 불과합니다. 2014년 월세 부담은 8년 전인 2006년(26.4%) 대비 2.1%포인트나 증가했습니다.

전세 공급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전세 가격은 꺾일 줄 모르고 뛰고 있습니다. 전세 보증금 마련이 쉽지 않은 20~30대 젊은 층은 등 떠밀리다시피 월세 시장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에게 상속 또는 증여를 받거나, 부모와 친·인척의 도움을 받지 않고선 사회 초년생이 전세를 구하긴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월세를 택하거나, 은행 빚을 끼고 전세를 구하는 양자택일의 순간에 직면하게 됩니다.

젊은 층 월세 부담 줄여주는 것이 핵심

젊은 층의 주거비 부담은 혼인율·출산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부모 세대인 5060세대의 짐으로 직결됩니다. 각 세대의 주거비 부담이 급증하고 가계부채가 늘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듭니다. 이는 소비 침체와 경제 저성장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파급력이 크다는 얘기지요.

결국 주택 정책의 핵심은 젊은 층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는 데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월세 위주로 재편된 임대 시장에 맞춰 정부는 월세 부담을 줄여주는 주택 임대 정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전세 주거비 부담이 월세보다 낮은 상황에서 전세 위주 임대 정책만 내놓으면 월세 정책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합니다.

젊은 층이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춰 집을 선택할 수 있도록 월세 공급 물량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일반적으로 월세 주거 환경이 전세보다 열악한 만큼 월세 주거 서비스의 전반적인 질적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합니다.

전·월세 시장의 투명성도 확보해야 합니다. 서울 지역 주거용 오피스텔만 봐도 임대인들이 세금을 이유로 세입자의 전입신고를 막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젊은 층의 주거 안정을 해치는 대표 사례입니다.

젊은 연령층의 주거 선택이 쉬워질수록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 주거와 여생도 더 안정적일 수 있습니다. 주택 시장의 세대 교체가 활발히 진행되는 이 시기에 정부, 학계가 지혜를 모아 임대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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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27/2017032700068.html#csidxfcb898c032f6ada84650589abe09b3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