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칼럼 2017년6월1일

실수요자 울리는 선분양제 손질을

[이슈칼럼] 부동산 과열 논란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

최근 서울 일부 재건축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일부 지역의 청약 경쟁률은 105:1로 치솟았다. 분양권 거래가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손바뀜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의 부동산 열풍은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확대 속에서 청약통장 1순위 요건 완화, 재당첨 금지 규제 완화 그리고 2018년에 적용될 예정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이 빚어낸 반복적 현상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러한 반복적인 부동산 열풍의 근본적인 요인은 선분양 제도의 구조적 측면과 집단대출을 통한 자유로운 중도금 대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부동산 열풍에 대해 실수요자들은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을까. 실수요자들은 아파트 분양 청약 시점부터 투기자와 경쟁해야 하고 높은 청약 경쟁률과 투기적 분양권 거래로 인해 신규 주택 구입이 더욱 어려워져 낙심하고 있다. 청약에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프리미엄을 얹어 높은 가격으로 분양권을 구입해야 한다. 프리미엄 분양권 거래는 투기자의 전매 차익을 실수요자가 고스란히 부담한다는 의미이다.

주택 공급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선분양 제도가 건설업체의 아파트 공급을 촉진하는 경제적 기능을 수행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주택보급률은 2015년에 이미 102.3%로 100%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새로운 주택착공물량이 66만가구에 이르면서 적정 수요 물량인 연39만가구를 크게 상회했다. 이렇게 공급 물량은 크게 증가한 반면 주택 수요는 주요 소득 연령층인 생산가능인구가 올해부터 감소하면서 녹록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이 과거의 공급 위주에서 이제는 관리 위주로 근본적으로 전환해야할 시점임을 시사해준다. 주택시장의 환경 변화에 맞춰 현재 공급자 중심의 선분양 제도는 이제 수요자 중심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

후분양 제도는 지금의 투기적 분양권 거래나 청약 경쟁 과열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분양시점과 입주시점의 차이에 의한 구조적인 주택 수급 불균형도 해소할 수 있다. 후분양 제도로 바뀌면 건설업체는 당장의 주택시장 분위기에 따라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2-3년 후의 주택시장과 경기를 예측해 신중히 주택사업을 영위할 것이다.

문제는 후분양 제도를 실시하기 위해 당장 선분양 제도를 폐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후분양 제도의 도입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법적 체계 내에서 후분양 제도 도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선분양 제도가 존재하는 상황에선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현재의 제도를 활용해 후분양 제도와 유사한 효과를 가지면서 동시에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을 정립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 정립은 후분양 제도와 유사한 효과를 가진 정책을 얼마나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분양 당첨 제한기간의 엄격한 적용과 분양권 전매 제한기간의 연장을 통해 후분양 제도와 유사한 효과를 가질 수 있다. 특히 분양권 전매 제한기간을 입주시점까지 연장한다면 분양권 전매를 통한 투기 수요는 상당히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대응 이외에 근본적으로 실수요자의 청약을 담보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은 분양 청약시점부터 DTI(총부채상환비율) 또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는 것이다. DTI나 DSR의 엄격한 비율 적용은 소득이 없거나 지나친 부채 소유자가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것을 사전에 효율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장치이다.

일각에서는 DTI 등 주택금융 규제가 주택시장의 위축을 가져오면서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우려한다. 단기적으로는 주택금융 규제가 주택시장을 위축시키고 건설투자의 감소로 연결되면서 경기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주택시장의 건전성과 안정성 그리고 가계대출의 건전성에 기여할 수 있음을 주목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DTI 등 주택금융 규제의 완화가 지나친 부채 증가를 가져오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 압력에 의한 소비 부진으로 연결돼 오히려 경기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